'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강함에 맞서는 강인함 [무비뷰]

입력2021년 05월 06일(목) 09:16 최종수정2021년 05월 06일(목) 09:16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 사진=워너브라더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강함에 맞서는 강인함에 주목한다. 타 액션물처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영웅은 없다. 대신 나약해 보이기만 했던 단단한 내면이 영웅의 빈자리를 채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감독 테일러 쉐리던·제작 스티븐 제일리언)은 화재 진압 실패의 트라우마를 지닌 소방대원 한나(안젤리나 졸리)가 두 명의 킬러에게 쫓기는 거대 범죄의 증거를 가진 소년 코너(핀 리틀)을 구하기 위해 산불 속에서 벌이는 필사의 추격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작품은 회계 부정 증거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범죄 조직에 쫓기는 코너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킬러들을 피해 도주하던 코너의 아버지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사살된다.

킬러들은 증거를 모조리 없애기 위해 코너까지 사살하려 한다. 코너는 아버지의 당부대로 증거를 방송국에 전달하기 위해 마을로 도피하다 한나를 만난다. 한나는 산불 진화 과정에서 동료와 아이들을 구하지 못해 오랜 시간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인물이다.

코너의 사연을 알게 된 한나는 코너와 함께 마을로 동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킬러들은 살인과 산불 방화까지 일삼으며 두 사람을 끝까지 추격한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 사진=워너브라더스 제공

작품은 전반적으로 무모하기만 하다. 속수무책으로 번지는 산불 사이를 헤쳐 지나가야 하고, 총을 겨눈 킬러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와 맞서는 이들은 영웅보단 약자에 가깝다. 과거 트라우마에 허우적거리는 소방대원과 친부의 죽음을 목도한 소년의 무기는 도끼 한 자루가 전부다.

산불을 잠재워줄 비도, 대신 악역을 응징해 주는 영웅도 없다. 구원투수 같았던 경찰관 역시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결국 남은 것은 여성과 어린 소년뿐이다. 화려한 액션 역시 주인공들의 능력을 조명하려는 장치가 아니다. 총알을 피해 달리고, 몸을 숨기고,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장면에선 오히려 나약함만 강조된다. 산불 앞에서도 인간은 무력하기만 하다.

결국 남는 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에 더욱 이입이 된다. 바위를 부딪치는 계란 같은 모습은 어딘가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성한 곳 없는 몸으로 끝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우리의 성공만 같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안젤리나 졸리와 핀 리틀의 감정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묵직한 감정 연기를 표현한다. 진솔한 연기에 관객의 마음까지 동요돼 어느새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게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구멍 난 서사다. 주인공들의 상처와 이를 극복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그 외 서사는 촘촘하게 채워지지 못했다. 특히 코너 아버지가 숨겼던 회계장부 내용이 무엇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기 전 방송국에 전달하려 했던 편지 내용은 오로지 코너와 한나에게만 공개됐다. 영화의 첫 단추임에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아쉬움을 모은다.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나약할지라도 누구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강인함을 지녔다는 것. 기이한 힘, 초능력으로 외계인, 악당들을 무찌르는 이들만이 영웅은 아니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과 맞서싸우는 용기 있는 자 역시 영웅이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5일 개봉돼 절찬 상영 중이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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