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새로움을 향한 갈망 [인터뷰]

입력2021년 08월 23일(월) 09:26 최종수정2021년 08월 23일(월) 09:26
귀문 김강우 / 사진=CJ CGV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데뷔 21년 차. 후배들을 이끌고, 현장에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되는 연차다. 배우 김강우는 이런 연차를 맞아 자신을 되돌아봤고, 그저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감사함이 계속해서 도전하는 원동력이 됐고, 결국 첫 공포영화까지 출연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김강우다.

김강우는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해 영화 '식객' '하하하' '돈의 맛' '사이코메트리' '결혼전야' '카트' '간신', 드라마 '나는 달린다' '세잎클로버' '남자이야기' '해운대 연인들' '데릴남편 오작두' '99억의 여자'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그는 올해 영화 '새해전야'와 '내일의 기억', 그리고 '귀문'까지 연달아 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이번에 개봉되는 '귀문'(감독 심덕근·제작 고스트픽처스)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연구소 소장과 호기심 많은 대학생들이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극강의 공포를 그린 영화다. 김강우는 극중 심령연구소 소장 도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의도치 않게 코로나19 시국에 세 편의 영화를 선보이게 된 김강우는 한편으로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이 상황이 끝난 다음에 고생하고 찍은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또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희망,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배우의 몫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그저 묵묵하게 연기하는 것뿐이다. 이게 내 직업이고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개봉이나 다른 상황은 겸허하게 하늘의 뜻에 맡기는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귀문'은 김강우가 출연한 첫 공포영화다. 김강우는 "공포영화는 처음이다. 내가 지금까지 공포영화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배제한 건 아니지만, 타이밍이 그랬다. 그러다 보니 공포영화 현장이 기대되더라. 그동안 내가 촬영한 현장과는 어떻게 다를지 상상했다.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장르적으로 내가 처음 도전했던 작품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의 아쉬움도 있다. 이 영화가 아무래도 다른 영화에 비해 제작비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장점을 보여줘야 됐던 영화다. 나를 비롯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좋은 성과로 남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귀문 김강우 / 사진=CJ CGV 제공

'귀문'은 스크린X, 4DX 등 특별 상영관에 맞춰 촬영된 작품이다. 김강우가 '귀문'을 선택한 이유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즐거움 때문이었다고. 그는 "특별 상영관 촬영이라는 점이 이 영화를 선택한 하나의 기준점이었다. 난 새로운 시도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한 의의가 큰 편이다. 특별 포맷 촬영이었다고 해서 촬영장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스태프들이 조금 더 많았던 것과 카메라 무빙이 더 들어간 것, 그리고 공간을 더 써서 연기한 것 빼고 다른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과물을 봤는데 긴장감 있게 잘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김강우가 맡은 심령연구소 소장은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다. 김강우는 "심령연구소 소장은 무당인데 좀 현대적인 해석을 가하려고 노력했다. 강남에서 잘나가는 역술가라는 설정이다. 그런 분들이 실제로 계신다고 하더라. 이 친구가 어쨌든 어머니가 준 무당 핏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비슷한 길을 걷는다. 나름대로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통 무당이 아닌, 회사원 느낌이 나도록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공포영화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해야 되기 때문에 어려움 점도 있었다고. 김강우는 "폐수련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배경이라 답답했다. 세트가 아닌, 실제 폐수련원이다.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아서 좋긴 했지만, 연기하기에는 넉넉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전기, 수도가 기본적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고생했고, 먼지도 많고 추웠다. 차라리 밖에 나가는 게 따뜻할 정도다. 그래도 실제 공간에서 촬영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간에서 주는 느낌 때문에 한없이 쳐질 때도 있었다. 체력 소모도 빠르게 되더라.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촬영 끝나고 아무것도 못할 정도였다. 밤이 되면 정말 무서웠다. 건물에 전기가 없다 보니까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서웠다. 층마다 걸어서 이동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는 느낌이었다. 옷을 갈아입으러 의상실에 갈 때도 매니저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공간이 좁다 보니 부상의 위험도 컸다. 김강우는 "공간이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 카메라도 같이 움직여야 되니 위험했다. 또 우리가 조명을 최소한으로 썼기 때문에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생겼다.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서 액션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것과 차원이 다른 액션이더라. 극중 도진은 계속 공포감을 느끼고 있고, 압도적인 상대와 대결하는 거였다. 다른 때보다 긴장을 많이 하고 합을 맞추려고 했다. 액션 영화에 버금갈 정도로 연습을 했다. 부상의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김강우는 실제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전했다. 그는 "난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안 믿으면 왠지 나한테 나타날 것 같다. 그래서 공포영화도 잘 안 보는 편이다. '귀문'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추천해 준 공포영화를 봐야 됐는데 긴장감을 못 견디겠기에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또 '귀문'을 찍으니까 공포영화가 좋아졌다. 촬영하면서부터는 공포영화도 많이 챙겨 봤다. 이제는 사람들이 공포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 어떤 게 좋다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귀문 김강우 / 사진=CJ CGV 제공

'귀문'은 김강우가 거의 혼자 끌고 가는 작품이다. 일인극 느낌을 줄 정도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한정된 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이고, 그 안에서 긴장감과 강도, 호흡 등이 계속 변한다. 이걸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최대한 덜먹고 조금 지치게 만들었다. 퀭해 보이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사실 촬영 때문에 실제로 지치기도 했다. 최대한 세수만 하고 가는 느낌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캐릭터를 잡고, 속도감 있게 끌고 가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비단 연기뿐 아니라 김강우는 어느덧 현장을 이끄는 배우가 됐다. 특히 '귀문'은 신인감독과 신인배우 등으로 구성돼서 김강우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다. 김강우는 "어쩌다 보니 내가 경험이 제일 풍부한 사람이 됐다. 특히 이 영화는 신인들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내가 생각한 첫 번째는 지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않는 거였다. 어느 순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안전을 생각해야 되고, 주어진 시간 안에 촬영 분량을 끝내기 위해서 파이팅도 해줘야 됐다. 열심히 하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선배님들을 보고 '어쩜 저렇게 영화밖에 모를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느낌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고, 그분들도 왕성한 활동을 하신다. 점점 더 책임감이 생긴다. 엄살은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데뷔 20년 차에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 김강우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그는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갈증인 것 같다. 내가 작년을 기점으로 어느덧 데뷔 20년이 됐다. 굉장히 부끄럽지만, 영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더라. 내가 지금까지 편하고 행복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잘 살았구나 싶다. 내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지,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게 됐다. 더 절박한 마음으로 연기하게 됐다. 이게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도전하고 싶은 장르를 멜로라고 꼽았다. 그는 "이상하게 2~30대까지만 해도 멜로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넘고, 조금 더 세상을 살아보면서 원숙하게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 영화는 잘 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멜로가 하고 싶어서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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