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무열이 캐릭터를 만드는 법 [인터뷰]

입력2021년 09월 29일(수) 10:06 최종수정2021년 09월 29일(수) 10:06
보이스 김무열 / 사진=CJ ENM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김무열이 연기한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디테일부터 액션, 비주얼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캐릭터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2009년 영화 '작전'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무열은 이후 영화 '결혼식 후에' '최종병기 활' '은교' '개들의 전쟁' '연평해전' '대립군' '기억의 밤' '머니백' '인랑' '악인전' '정직한 후보' '침입자'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김무열이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제작 수필름)를 통해 강렬한 악역으로 돌아왔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김무열은 처음 '보이스' 시나리오를 받고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현실과 떨어진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나온 보이스 피싱 피해 액수, 범죄 조직의 크기, 형태, 방법, 그리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롱하는 모습들이 비현실적이지 않나 싶었다. 그만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악랄하고 거대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은행에 갔는데, 체크카드 출금액이 30만 원으로 제한돼 있어서 은행 창구에서 은행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렇게 출금액에 제한을 둔 게 보이스피싱 때문이라고 하더라. 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은행 업무에 있어서 보안 절차와 안전장치가 늘어난 게 보이스피싱이 심각해서라고 한다. 당시 난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인지만 있었는데 은행에서 일을 통해 피부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형태라는 게 느껴지더라. 일상에 가까운 범죄고, 거대한 조직이 움직인다. 생각보다 발전된 범죄라는 걸 알게 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가 문자 피싱 사기를 당할 뻔했다. 나를 사칭해서 어머니한테 돈을 달라고 한 거다. 프로필도 내 프로필로 해놨다고 하더라. 그래도 어머니가 나한테 확인 전화를 해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무서워서 대화방을 바로 나왔다고 했는데, 생각을 하니 정말 소름이 돋았다. 개인 정보를 빼내고, 사기를 치려고 한 거 아니냐. 이렇게 보이스피싱은 알면 알수록 무서운 범죄고 엄청난 범죄인 것"이라고 털어놨다.
보이스 김무열 / 사진=CJ ENM 제공

이런 경험 후에 다시 시나리오를 본 김무열은 이젠 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시나리오를 보니 비현실적인 게 사실로 다가왔다. 어머니가 사기를 당할 뻔했을 때처럼 끔찍했다. 또 어떨 때는 시나리오를 보니 가슴이 아프더라. 심정적인 게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니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영화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는 김무열이다. 그는 "촬영하면서 보이스피싱이 내 살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정말 조심해야겠구나 싶었다.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 방법은 많다. 어떤 방식으로든 악성 앱이나 핸드폰 해킹으로 먼저 점령을 한 다음에 범죄 조직에 연결되게 만든다. 조직적으로 한 사람을 속이고 돈을 뺏는 거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주변에도 많이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가해자 곽프로 역을 맡았다. 보이스피싱 가해자들에 대한 실체가 많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김무열은 "일단 가해자기 때문에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은 건 맞다. 가해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지 않냐.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사기를 성공해서 돈을 갈취한 다음,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돈 잘 쓰겠다고 조롱하는 거 말이다. 이게 실제로 있던 일이라고 한다. 인터넷에 보이스피싱 관련 음성 파일을 검색하면 쉽게 나올 정도다. 이게 단순히 사람들이 이 일을 재미로 하고 있단 걸 넘어서서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갔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는 "보이스피싱을 하는 사람들은 실체를 찾기 어렵다. 살인, 강도, 절도 등은 CCTV 등에 잡히지 않냐. 그런데 보이스피싱은 시각적 정보가 없는 범죄다.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데 나머지는 사실적인 자료를 토대로 상상할 수밖에 없다. 캐릭터 설정을 할 때 정확한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에 색칠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또 반대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내가 해석한 캐릭터대로 대사를 섞고, 분장팀과 미술팀의 아이디어와 현장감을 더해 비주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무열은 비주얼적으로 두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곽프로는 본거지를 숙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용실에 갈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부터 고민했다. 머리를 안 자른 지 오래라 덥수룩할까, 혹은 조직 내에서 지위적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더 깔끔하게 다닐까 싶었다. 그중 후자를 선택한 거다. 과거의 실패를 감추고 싶은 반대적 작용에 의해 비주얼적으로 세팅하는 인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는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거였다. 이건 곽프로의 오만함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보이스 김무열 / 사진=CJ ENM 제공

곽프로는 목소리로 먼저 등장한다. 이에 대해 김무열은 "내가 썩 훌륭한 목소리는 아니어서 목소리에 대한 임팩트보다는 피해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공감하는 척하느냐를 생각했다. 대사에는 없지만 추임새를 계속 넣어주면서 상대방에게 자기 편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그런 게 또 보이스피싱 가해자들의 특징 아닐까. 상냥하게 등장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맨몸 액션도 소화했다. 김무열은 "사실 내가 했던 액션은 그렇게 난이도가 있지 않았다. 난이도가 있었던 건 마지막에 한서준과 치고받았던 거다. 우리가 하는 몸싸움은 서로 주먹을 치고 맞고, 발차기를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는 거였다. 각자 캐릭터에 맞춰서 액션을 만든 현장이었기 때문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곽프로는 한서준보다 피지컬이 딸리기 때문에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결국 합을 맞추는 느낌보다는 몸을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기어서 도망가고 주변 물건들을 이용해 목을 조르고 던지는 게 많았다. 이런 액션 특징이 잘 못하면 다칠 수 있다. 우리가 주로 훈련하던 약속돼 있고, 선이 있는 액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준비를 많이 했고, 연습을 많이 해서 촬영은 일찍 끝났다. 변요한이 정말 코어가 좋다. 그래서 그런지 날 들고 매치는 걸 잘 하더라. 안전하게 잘 찍었다"고 덧붙였다.

김무열은 그간 수많은 악역을 소화했다. 그런데 곽프로는 그간의 악역과 결이 달랐다고 전했다. 김무열은 "악역은 욕망을 감추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 욕심이 커서 악행을 서슴지 않는 게 악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가끔 악역을 맡을 때 배우로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게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의 알 수 없는 희열이다. 그런데 곽프로는 성취감과 희열이 없었다.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무열은 이해가 안 된 만큼 이성적으로 접근했고,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에서 빠져나온 것도 힘들었다고. 그는 "캐릭터를 구현할 때 내가 감수성이나 성향이 좀 풍부한 편이다.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 때 이성적인 이해로 접근한다. 곽프로는 특히나 이성적으로 접근했다. 그냥 곽프로는 전에 금융 사기를 한 경험이 있어서 경찰에 잡혀도 굴하지 않는 등 디테일을 이성적으로 접근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무열은 "'보이스'는 시대적 공감이 담겨 있다. 보이스피싱은 매번 진화하기 때문에 더 커지는 범죄다. 이런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면서도 범죄 조직을 혼내 주는 권선징악의 형태를 갖고 있다. 빠른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배치돼 영화적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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