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이정재가 바라는 것 [인터뷰]

입력2021년 10월 12일(화) 09:28 최종수정2021년 10월 12일(화) 09:28
오징어 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배우 이정재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색으로 채워져 있다.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으면 부상도 개의치 않는 그다.

이정재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어느덧 27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그간 영화 '태양은 없다', '시월애', '하녀',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 함께' 시리즈, '사바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굵직한 작품에서 열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런 이정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극본·연출 황동혁)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정재는 극중 큰돈을 벌기 위해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성기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의 시나리오에 끌려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황동혁 감독과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굉장히 깔끔하더라. 읽는 것만으로 긴장감이 느껴졌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의 심리가 잘 반영돼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영상 매체가 줄 수 있는 분위기, 표정, 대사 등이 잘 담겨 있어서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정재의 전작은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다. 당시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오징어 게임' 속 성기훈과 정반대되는 캐릭터다. 성기훈은 모든 것을 잃은 남자로 처절하고 다소 찌질한 면모가 있다. 동시에 다른 참가자들을 돌보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상반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터. 이정재는 상반되는 캐릭터 또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작품을 고르는데 있어서 바로 전작이나 전전작에서 했던 캐릭터와 상반되는 걸 고르려는 성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보좌관'에서 정치적인 역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피가 낭자하는 킬러 역할, 그리고 '오징어 게임'으로 온 거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한 후 성기훈 같은 캐릭터가 반대되는 게 내가 일을 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정재는 성기훈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단순하게 규정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성기훈은 어머니의 돈을 빼돌려서 경마장에 가는 인물이면서 동시에 게임장 안에서는 약자를 도와주는 다층적인 인물이다. 이정재는 "인간은 굉장히 복잡하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데,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할 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압축시켜서 단순하게 규정한다. 막상 연기자들은 캐릭터를 발전시켜 나갈 때 단순하게 계획하지 않는다. 어떨 때는 이런 면이 있고, 저런 면이 있을 수 있는 거다. 성기훈도 인간적인 면이 있음과 동시에 철없고, 남을 속이기도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면을 갖고 있어야 진짜 캐릭터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기훈의 여러 상황에서 한 가지의 패턴의 심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이 펼쳐지면 여러 가지 결정을 하면서 결정된 순간에는 이런 마음을 가졌다를 표현하고 싶었다. 마음 자체가 다 다르게 보여야 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층적인 인물인 만큼 이정재는 성기훈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성기훈이 자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한 상황이 좀 있었다. 직장에서 해고당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도움받지 못하고 퇴직했고, 이후에 이혼하게 되고 아이를 본인이 기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긴 거다. 어머니가 아픈데도 치료비가 없어서 전처한테 가서 도움을 청하지 않냐. 사람은 누구나 다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성기훈은 도움이 필요할 때 받지 못했던 사람"이라며 "그러다 보니까 본인이 느꼈을 때 저 사람은 내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도움을 주는 캐릭터지 않았을까. 게임장 안에서도 성기훈이 힘이 세지도 않고 능력치가 좋지도 않은데, 자기보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봐도 지나치지 못한다. 기훈이 마음에는 자기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못 본 척하지 못한다. 게임장 안에서도 일랑을 도와주게 되고 상처 입은 사람을 도와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달아 작품에 출연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이정재. 그는 부상을 안고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이정재는 "'빅매치' 때 한 쪽 어깨가 파열이 됐다. 그때 빨리 수술을 한 바람에 약속한 작품을 못 하게 된 경험이 있었다. 이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액션신을 찍다가 다른 쪽 어깨가 파열됐는데, 병원에서는 3개월 안에 수술을 하라고 하더라. 그러면 도저히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난 수술로 놓친 작품이 후회가 그렇게 되더라. 조금 더 버티고 나중에 수술하는 걸로 하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었다. 이런 어깨를 갖고 '오징어 게임'을 촬영했다. 그런데 또 바로 다음 작품을 촬영 중이라 언제 수술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런 어깨 상태로 '오징어 게임' 촬영에 임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을까. 이정재는 "양쪽 어깨가 다 안 좋으니까 과도한 액션은 동작을 바꾸기도 했다. 어쨌든 촬영은 마무리를 잘 해야 되니까. 촬영 도중에 파열 부위가 더 벌어져서 팔을 진짜 못 쓰게 되는 상황은 일어나면 안 되니까 조심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속 여러 가지 게임들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매 게임마다 특성이 달라서 다 기억에 남긴 한다. 그중에서도 징검다리 유리 건너기는 안전을 100% 보장한 세트장이었다. 그래도 유리 위를 진짜로 뛰어다녀서 진짜로 긴장되더라. 땀이 많이 났다"고 했다.

또 구슬치기 게임에 대해서는 "구슬치기는 굉장히 잔인한 게임이다. 가장 잔인한 게임이 아닌가 싶다. 2인 1조로 짝을 이뤄서 게임을 하는데, 상대방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아야 하는 설정이 굉장히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 게임이 아마 모든 연기자들한테 가장 감정적으로 무거운 신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달고나 게임 당시 달고나를 핥아서 게임을 통과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고. 이정재는 "뭔가를 핥는 행위가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그걸 열심히 핥아야 되니까,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핥아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기훈에게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촬영은 재밌게 했다. 나름대로는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게 행동이 막 큰 행동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작은 동작으로 긴장감을 최고치까지 끌어올려야 되는 거라. 달고나 게임을 연기할 때가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오징어 게임 이정재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렇게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83개국에서 1위를 한 것. 이정재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잘 되길 희망하면서 촬영했다. 다만 제작자나 감독님은 넷플릭스를 통한 세계 공개니까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며 "이렇게 큰 반응을 얻으니 이게 현실인가 싶더라. 해외에 사는 친구들에게 연락이 많이 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시즌2를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정재는 "우리가 촬영할 때도 시즌2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지나가는 말로 했다. 감독님이 어떤 또 다른 아이디어로 하실지 전혀 모르겠다. 기훈이가 진짜 과연 다시 그 게임장으로 들어갈지, 그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응징을 할지 모르겠다. 당연히 시즌2에서 기훈이라는 인물이 또 필요하다면 재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매 작품 하나하나가 개인적으로는 많이 소중하다. 큰 성공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의미와 진정성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작은 희망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 큰 흥행도 하고 그 안에서 저희들이 보여드리려고 했던 메시지나 재미를 전 세계에 있는 관객분들이 너무 잘 이해해 주시고 즐거워해 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서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큰 계획은 없다. 저에게는 좋은 감독, 스태프와 호흡이 잘 맞았던 출연자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금 더 기대를 한다면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한국의 콘텐츠가 좀 더 많은 다양한 나라에서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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